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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발전하려면 이공계 키워야한다

팬더쿵 2025. 4. 28. 13:40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도서관에는 한국 산업화의 밑그림을 그렸다고 평가받는 우정(宇靜) 김재관 박사의 공적비가 세워졌다. 국내에 과학기술인을 예우하기 위한 공적비가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공적비 건립을 주도한 인물은 정희준 송호·지학장학재단 이사장. 두 사람은 화성을 고향으로 두고 있다는 것 외에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국가가 부흥한다’는 믿음만큼은 똑 닮아 있었다.

최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정 이사장은 소탈하면서 꼿꼿한 모습으로 여느 때보다 지금 김 박사의 뜻을 계승할 후학의 양성을 주문했다. 그는 “김 박사의 존재를 안 것은 2024년 초”라며 “한국 산업화 시기에 경제발전 모델을 제시한 선구자였던 그를 기억하고자 공적비를 건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단의 장학사업에 그의 이름을 딴 장학금을 신설했다. 그가 졸업한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2의 김재관’을 발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 영면한 김 박사는 한국 현대사에서 기념비적 인물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공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64년 뮌헨공대 금속연구원 재직 시절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종합제철소 건립’을 건의하면서 국가의 운명을 바꿨다. 1967년 ‘대한민국 제1호 유치 과학자’로 초청돼 귀국한 그는 포항종합제철소 건립을 기획·설계하고 한국의 중화학공업과 종합제철, 자동차산업 등의 기반을 구축했다.

김 박사가 뿌린 씨앗은 넓고 깊게 뿌리를 내렸다. 1972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초대 부소장으로 활동하면서 문을 연 무기 국산화 프로젝트가 단적인 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박격포와 로켓포, 대전차 지뢰 등의 시제품을 제작했으며, K방산의 효시로 꼽히는 ‘번개 사업’을 3개월 만에 성공시켰다. 이후 상공부 초대 중공업차관보와 한국표준연구소 1·2대 소장직을 맡으면서 산업현장의 기틀을 닦았다. 이는 전부 한국 방위산업의 전초기지로 발전했다.